본문 바로가기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이 철강 알루미늄 중소 제조업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by nawon-80 2025. 7. 4.

탄소중립이 전 세계 산업 정책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유럽연합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유럽 내 탄소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고탄소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도 동일한 탄소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무역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은 CBAM 초기 적용 품목으로 지정되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한 수출 확대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CBAM의 도입은 단순한 가격 우위나 생산량 확대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탄소배출이라는 새로운 경쟁 요소가 기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특히 대기업 공급망에 속해 있거나 직접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CBAM으로 인해 실질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CBAM을 막연한 규제로만 인식하거나 자신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은 CBAM 적용 1순위 품목으로, 관련 업계의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됩니다. 이 글에서는 CBAM이 철강·알루미늄 중소 제조업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대응 방안을 실무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제도가 요구하는 내용, 수출 실무에 미치는 변화, 제조 공정 개선의 필요성, 그리고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네 가지 주요 관점으로 정리하여 중소기업의 현장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CBAM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기업의 무역 구조와 공급망 관계, 나아가 기술 개발 방향까지 재편성하게 만드는 구조적 전환입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철강·알루미늄 중소 제조업이 어떤 시각으로 이 제도를 바라봐야 하며,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CBAM은 철강·알루미늄 업계의 수출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CBAM의 핵심은 수출 대상 제품이 생산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고하는 것입니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은 고열을 이용한 제조 공정 특성상 탄소배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품목입니다. 전기로, 고로, 용해로 등 대부분의 생산 공정에서 다량의 에너지와 연료가 사용되며, 이는 곧 탄소배출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CBAM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유럽에 수출되는 시점에서 제품별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이에 따라 수출 가격에는 일정 수준의 탄소비용이 포함됩니다. 만약 제출된 탄소배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탄소세 부담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이처럼 투명하고 정확한 탄소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리 품질 좋은 제품이라도 수출에 제약이 생기며, 결국 유럽 시장에서의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중소 철강·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은 대개 국내 중간재 시장이나 일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거래를 해왔지만, CBAM 시행 이후에는 유럽시장 진출이 한층 까다로워졌습니다. 특히 유럽 완성차 업체나 건설 자재 기업들이 원자재 구매 시 탄소 배출량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탄소정보를 갖추지 못한 기업은 거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철강·알루미늄 중소 제조업체가 CBAM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출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납품 단가를 낮추는 방식의 경쟁이 아니라, 탄소 데이터 제공 능력과 감축 실적을 기반으로 한 ‘환경 성과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과 납품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현재의 전략 방향을 반드시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철강 알루미늄업계의 수출전략

 

제조공정 개선 없이는 CBAM 보고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CBAM의 요구는 단순한 서류 제출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출되는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하며, 실제 공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을 기반으로 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이나 연료 투입 내역, 설비 효율 등의 데이터를 별도로 측정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탄소배출량 산정이 어렵고, 결국 유럽연합이 제공하는 평균치나 국가 배출계수를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실제 배출량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간주되어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압출 공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설비의 효율이 낮거나, 공정 중 폐열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에너지 낭비가 많다면, 탄소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철강의 경우에도 전기로 방식보다는 고로 방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배출을 유발하며,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은 설비 운영은 곧 높은 CBAM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공정 단위의 에너지 흐름을 분석하고, 설비별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기록하여 개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진단 컨설팅, 스마트 공장 전환 지원, 녹색 공정 전환 바우처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공정 개선의 문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설비에 대한 효율 개선이나, 폐열 회수, 원자재 투입 최적화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도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CBAM 대응은 결국 ‘공정의 투명성’과 ‘에너지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소 제조업체가 이를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닌 경영 전략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점진적인 개선이 모이면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수출 기회 확대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협력사와 공급망 관리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CBAM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자사 공정에서의 배출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 조달 및 부품 생산 과정까지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즉, 자사에서 제품을 조립하거나 가공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원재료를 공급받는 협력사에서 발생한 탄소도 전체 배출량 산정에 포함된다는 의미입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원광석 제련, 압연, 운송 등 다양한 공정이 외주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공급망 관리 없이는 정확한 배출량 산정이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중소 제조업체도 이제는 협력사에 대해 탄소 관련 데이터를 요구해야 할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협력사들이 아직 탄소배출 측정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을 설득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때는 우선 주요 납품 업체부터 탄소 정보를 파악하고, 가능하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이나 지역산업단지 단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탄소 진단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급망 전환도 고려해야 합니다. 높은 탄소배출량을 가진 원자재보다 저탄소 제품이나 재활용 비율이 높은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일부 알루미늄 가공업체는 기존의 정광 기반 원자재 대신 리사이클 비중이 높은 알루미늄으로 전환하여 CBAM 기준을 충족하는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선택이 아니라, 수출 지속성을 위한 실질적인 경영 판단입니다.

CBAM은 결국 ‘누가 가장 먼저 공급망을 탈탄소화하느냐’의 경쟁입니다. 중소기업이 공급망 안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대기업의 납품처에서 제외되거나 유럽 수출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협력사와의 정보 연계, 상호 진단, 공동 개선 프로젝트 등을 통해 공급망 전체의 탄소투명성을 확보해 나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CBAM 대응은 위기이자 경쟁력을 높일 기회입니다

CBAM은 분명 중소 제조업에게 위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인력도, 자본도, 정보도 부족한 현실에서 복잡한 보고 체계와 공정 개선 요구는 버거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잘 준비한 기업에게는 대기업과의 거래 확대, 글로벌 ESG 시장 진입, 장기적 비용 절감이라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중소기업은 탄소 감축 실적을 근거로 해외 조달시장 입찰에서 가산점을 받거나, 대기업으로부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완벽한 대응이 아니라, '시작했느냐'입니다. 배출량 측정을 위한 사내 체계를 만들고, 관련 인식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며, 작게라도 감축 실천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쟁력의 씨앗이 됩니다. CBAM은 정량적 기준을 요구하지만, 정성적인 노력 또한 제도 설계상 충분히 반영될 수 있습니다.

정부 역시 CBAM 대응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지원책을 운영 중입니다. 환경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제공하는 바우처, 탄소 컨설팅, 저탄소 전환 지원 사업은 중소기업의 제도 진입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민간 주도의 ESG 연계 자금 조달, 지역 금융기관의 녹색 금융 확대 등도 함께 활용하신다면 보다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입니다.

CBAM은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입니다. 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흐름입니다. 따라서 중소 제조업은 이제 단순한 대응 차원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 전략의 중심에 탄소 대응을 놓아야 합니다. 지금 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더 나아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