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이 아니어도 알아야 할 새로운 규제
중소 제조업이 알아야 할 탄소국경조정제도 기후위기 대응이 국제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제 환경 문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경영 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였으며, 이 제도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CBAM은 EU 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뿐 아니라, EU로 수입되는 제품에도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 환경 규제를 국제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이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우리는 유럽에 수출하지 않는데 괜찮지 않나요?”라고 반문하곤 합니다. 그러나 CBAM의 진짜 파급력은 단순한 직접 수출 여부에 있지 않습니다. 대기업 공급망 내 하청 또는 협력업체로 연결되어 있는 중소기업은 CBAM 보고 의무와 관련된 간접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생산한 철강 부품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현대자동차가 유럽으로 차량을 수출할 경우 해당 부품에 대한 탄소배출 데이터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중소 제조업체는 CBAM의 개념과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향후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탄생 배경과 목적
CBAM은 환경 보호와 무역 공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입니다. EU는 2005년부터 자체적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 ETS)를 운영해왔습니다. EU 내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일정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배출권을 초과할 경우 추가 구매를 통해 상쇄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EU 외부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더 저렴하게 수입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고 부르며, 이는 EU의 환경 규제 효과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생한 것이 CBAM입니다. 이 제도는 EU 외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EU 내 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고자 합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 전체에 탄소중립의 기준을 확산시키는 간접적인 압력 도구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CBAM의 적용 대상 품목과 시행 일정
CBAM은 현재 전면 시행에 앞서 2023년 10월부터 ‘전환기(Transitional Phase)’로 시범 운영 중이며, 2026년부터는 정식 과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6개 산업군입니다. 이들은 제조업의 핵심 원자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비록 완제품 수출을 하지 않더라도 중간재나 부품 형태로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을 가공해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이 직접 유럽으로 수출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품을 납품받는 대기업이 유럽 수출을 위해 CBAM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협력 중소기업도 자사의 탄소배출 정보를 제출할 의무는 없지만 요청에 응해야 하는 실질적인 부담을 지게 됩니다. 또한 EU는 2030년까지 CBAM 적용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향후 섬유, 화학제품, 전자부품, 배터리 등의 업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현재 대상 품목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탄소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을 늦추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CBAM의 핵심 요건 탄소배출량 산정과 보고
CBAM은 단순히 “탄소세를 내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투명하고 정량적인 탄소정보의 측정과 보고 체계에 있습니다. 기업은 제품 단위로 탄소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제 표준에 기반한 방식(예: ISO 14067, ISO 14064 등)을 따라야 합니다. 배출량은 일반적으로 직접배출(Scope 1), 간접배출(Scope 2), 기타 배출(Scope 3)로 나누어 계산됩니다.
Scope 1은 보일러,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자사 직접 배출
Scope 2는 전기 사용 등 외부 에너지원에서의 간접 배출
Scope 3는 원자재 조달, 물류, 폐기물 등 전체 공급망의 배출입니다.
보고된 배출량은 EU가 인정한 제3자 검증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EU는 ‘기본값(Default Value)’이라는 일괄 배출 수치를 적용하게 됩니다. 기본값은 실제보다 높은 수치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탄소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라도 자사 제품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내부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실질적인 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을 위한 실질적인 CBAM 대응 전략
CBAM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기업은 자사 제품이 CBAM 대상 품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과 원자재 구성, 배출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이를 위해 K-ESG 자가진단 도구나 탄소중립 기술개발 지원사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등을 적극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인증이 필요한 경우, ISO 14067(제품 탄소발자국), ISO 50001(에너지경영), 또는 K-탄소인증제 등 국내외 인증을 검토하셔야 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CBAM 대응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며, 산업부와 환경부는 탄소배출 진단, 보고, 인증 컨설팅을 포함한 바우처 사업을 매년 확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러 중소기업이 협업하여 탄소 데이터 공동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산업단지 단위의 대응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요약
CBAM은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닌,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표준으로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 제조업은 직접 수출을 하지 않더라도 공급망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되며, 이에 따라 사전 대응 전략 수립이 필수적입니다.
CBAM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배출량 산정과 검증 체계를 구축하며, 정부의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중소기업도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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