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도 수출 원가가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까지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했던 요소는 가격, 품질, 납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바로 탄소 배출량(Carbon Emission)입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도 비용’이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보호 정책이 아닙니다. 글로벌 무역의 규칙을 다시 쓰는 결정적인 전환점입니다.
중소 제조업계는 이 제도를 ‘대기업 문제’ 또는 ‘유럽 수출업체만의 숙제’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급망은 대기업 혼자 구성되지 않습니다. 부품을 제공하고 원자재를 가공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그 안에 연결되어 있고, 대기업이 CBAM 보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협력사의 탄소배출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CBAM은 직접 수출을 하지 않는 기업에게도 실질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준비가 늦어질수록 거래처 단절, 계약 해지, 과세 불이익 등 심각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CBAM의 시행 일정과 주요 요건을 짚어보고, 중소 제조업이 무엇을,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드리고자 합니다.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전략을 마련한 기업만이 미래 수출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시행 일정 지금은 유예가 아닌 준비의 시간
탄소국가조정제도CBAM 2023년 10월부터 전환기에 들어갔으며, 이 시기는 단순한 테스트가 아닌 본격적인 제도 정착을 위한 계도 기간입니다. 전환기는 2025년 말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수출 기업은 탄소배출 정보 제출만 의무화되고, 실제 과세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고되는 데이터는 이후 CBAM 본 시행 시기에 중요한 기준이 되며, 오류나 부실 제출은 신뢰성 평가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2026년 1월부터는 CBAM의 정식 시행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는 단순 보고를 넘어서, 정량적 탄소배출량에 기반한 실제 세금이 부과되며,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에서 산정한 시장가와 연동된 수준의 가격이 수입품에 적용됩니다. 즉, 배출량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도 비례하여 증가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2030년까지는 기존 EU 역내 무상 배출권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며, 이에 따라 CBAM의 과세 범위와 세율도 점진적으로 강화될 전망입니다.
중소 제조업이 주의해야 할 점은 CBAM의 직접 과세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기업의 보고 의무 이행을 위해 탄소배출 정보 제공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환기에 배출량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부정확할 경우, 공급망에서 제외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환기 2년은 단지 유예기간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경쟁력’을 갖추는 골든타임인 셈입니다.
보고 체계의 복잡성 데이터가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CBAM의 핵심은 단순한 세금이 아닙니다.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고, 그 과정을 신뢰성 있게 검증받은 뒤 제출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EU는 수입품이 EU 내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환경 규제를 받도록 하기 위해, 제품 단위의 정량적 배출량 보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제표준(ISO 14067, 14064 등)에 근거한 산정 방식이 적용됩니다.
보고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정량적 배출량
제품의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과 원자재 구성에 따라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데이터를 산출합니다.
외부 인증기관의 **제3자 검증(Verification)**을 거쳐야 하며, 검증받지 않은 수치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보고된 데이터는 EU CBAM 포털에 정기 제출되어야 하며, 허위 또는 미제출 시에는 '기본값(Default Value)'이 적용됩니다.
이 기본값은 실제보다 보수적인 탄소배출량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받게 되는 역차별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점을 의미하며, 중소기업도 내부 공정에 대한 에너지 흐름, 원자재 배출계수, 폐기물 처리 등 정량적 관리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CBAM은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환경회계’ 시대의 시작이라 볼 수 있으며, 정확한 보고가 곧 납품 자격이 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시급한 대응 과제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요?
CBAM 대응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 자금, 시스템 인프라 모두에서 대기업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 및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대응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사 제품의 EU 공급망 연결 여부 파악
대기업의 수출 제품에 납품하고 있다면, CBAM 간접 영향권에 있습니다. 이를 빠르게 식별하고, 탄소정보 요청에 대비해야 합니다.
공정별 에너지 흐름 분석과 배출량 계산 체계 구축
스마트공장 고도화, ERP 연계, IoT 센서 도입 등을 통해 생산 공정의 에너지 흐름과 배출량을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 인증 준비 및 정부지원사업 활용
ISO 14067 인증은 CBAM 보고서 신뢰도 확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환경부는 관련 바우처 및 컨설팅 사업을 운영 중이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셔야 합니다.
조직 내부 ESG 교육 및 전담 인력 양성
지속 가능한 대응을 위해서는 CBAM 및 ESG를 이해하는 사내 인력이 필요합니다. 단기 교육, 정부 프로그램, 지역 기술교육센터를 활용해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은 규제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CBAM을 단지 규제이자 세금이라 생각하면, 그 대응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글로벌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는 전환점으로 해석한다면, 중소 제조업도 충분히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선도 중소기업은 CBAM 대비를 통해 유럽 수출 기회를 확보하거나, 대기업으로부터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아 장기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지역의 한 중소 금속가공 업체는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ISO 14064 인증을 획득하고, 탄소정보 제출 체계를 구축한 결과, 기존 거래처였던 대기업으로부터 CBAM 대응 우수사례로 선정되었으며, 유럽 프로젝트에 우선 배정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탄소 역량이 곧 수출역량이며, ESG 실력이 곧 기업 생존력이 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결국 CBAM은 불편한 과제가 아니라, 환경과 경영을 연결짓는 새로운 성장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유예기간이 끝난 후엔,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시급하지만 질서정연한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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